저는 자전거 배달 알바를 꽤 오래 했습니다. 대략 2019년 12월부터 배민커넥트 알바로 처음 시작했으니 벌써 5년이 훌쩍 넘은 셈이죠. 내가 일하고 싶을 때만 자유롭게 일하면서 매월 40~80만 원 정도 부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에, 저에게는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된 일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대략 20여 일 전부터 자전거 배달 알바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제가 최근 자전거 배달 알바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 5가지로 정리해서 기록했습니다. 자전거 배달 알바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음부에 갑자기 생긴 종기 – 자전거 배달 알바 중단한 이유 1
일단 직접적인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략 2달 전부터 자전거 안장이 닿는 부위인 회음부에 불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 배달을 할 때 해당 부위가 뻐근한 느낌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요, 어느날 목욕할 때 손으로 만져보니 콩알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종기가 생겼더라고요.
일단 종기가 생겼다는 걸 안 날부터 배달 알바를 중단했습니다. 사실 바로 병원 진료를 받는 게 현명한 처사였지만, 민감한 부위라 그랬는지 병원 가는 걸 자꾸 미루게 되더군요. 다행히 1달 정도 후부터 크기가 서서히 작아지더니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자전거를 많이 탔으면 회음부에 종기가 다 생겼을까!” 사실 지난 5년 동안 자전거로 주행한 거리가 최소 5만 킬로미터는 넘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청춘도 아니고 나이를 꽤 먹은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는 행위가 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이제는 지긋지긋해진 노면 충격 – 자전거 배달 알바 중단한 이유 2
대략 1년 전부터 자전거를 탈 때 느껴지는 노면 충격에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어가 닿는 노면은 울퉁불퉁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진동이 자전거를 탄 사람의 손목과 엉덩이, 허리 등에 전해지게 되죠.
취미로 자전거를 탈 때는 그렇게 몸에 전해지는 진동에 대해서 크게 신경이 쓰이질 않습니다. 왜냐면 자전거를 그렇게 자주 오래 타진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거의 매일 3년 넘게 장시간 자전거를 타게 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그 진동은 결국 충격으로 몸에 고스란히 누적이 됩니다. 그래서 손목과 엉덩이, 허리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물론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면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또 통증이 생기기를 반복합니다. 이게 수년간 지속되면 그 노면 충격으로 인한 진동에 민감해지기 시작하고 추후에는 끔직이 싫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그렇게 좋아하던 라이딩이 점점 싫어지게 되더군요. 현재 제가 딱 그 상태입니다.
이제는 너무 낮아진 배달 단가 – 자전거 배달 알바 중단한 이유 3
제가 5년 전에 처음 자전거로 배달 알바를 할 때는 배달 기본 단가가 대략 3천원 정도였습니다. 비나 눈이 올 때는 기상 할증도 야박하지 않게 충분히 더 지급이 되었죠. 거기에 야간 할증도 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야간 할증도 사라지고 기상 할증도 라이더가 느끼기에 박하다 할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물가는 그때보다 훨씬 올랐는데 배달 기본 단가가 2천원 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가 자전거 배달 알바를 중단하기로 결심하게 된 건, 배민이나 쿠팡 같은 배달 앱 업체가 라이더에게 ‘어떻게 하면 배달비를 적게 줄까’ 골몰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배달 기본 단가가 낮아져도 그 이유가 합당하게 다가오면 그래도 배달 알바를 계속 했을 텐데요, 하지만 최근 배달 앱 업체의 의중은 ‘너 아니어도 배달할 사람 많거든?’, ‘2천 원, 아니 1천 원 줘도 할 사람 많아요’ 이런게 느껴집니다.
전기 자전거로는 전혀 운동이 되지 않습니다 – 자전거 배달 알바 중단한 이유 4
저는 일반 자전거로 2년, 전기 자전거로 3년 배달 알바를 했습니다. 일반 자전거로 알바를 하면 운동이 많이 됩니다. 체중이 확확 빠지고 허벅지가 금새 두꺼워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힘듭니다. 그래서 꾸준히 원하는 수입을 올리는 게 힘듭니다. 이삼십대의 체력 좋은 남성이라면 일반 자전거로 몇 년 단위로 원하는 수입을 올리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외의 경우는 거의 힘들 것입니다.
저도 그래서 3년 전에 전기 자전거를 새로 구입했습니다. 전기 자전거로 배달하니 확실히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더군요.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기 자전거는 배달할 때 운동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전기 자전거로 배달을 시작한 이후로 저는 오히려 살이 더 쪘습니다.
전기 자전거로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로 최소 30분 이상 멈추지 않고 주행한다면 운동 효과가 있겠지만, 배달할 때는 가다 서다 반복해야 하고 운동이 좀 되겠다 싶은 순간 모터가 개입하고 그러다 보면 금새 브레이크를 잡으며 멈춰야 합니다. 이게 말로는 좀 설득하기 어려운데요, 직접 해보면 압니다. 저를 믿으세요. 대개의 경우 전기 자전거로 배달 알바할 때 운동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낮은 단가를 받으며 그나마 운동 효과가 있어서 건강이라도 좋아지면 괜찮을 텐데요, 그러지도 않으니 제 입장에서 자전거 알바를 지속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배달 알바의 중독성으로 본업에 지장이 옵니다 – 자전거 배달 알바 중단한 이유 5
해보면 아시겠지만 이 배달 알바라는 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는 이 일이 정말 게임처럼 재밌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웬지 일을 못하게 되는 날이면 마음이 좀 허전해지고 몸이 근질근질해지죠.
이런 증상이 배달을 전업으로 할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부업으로 하시는 분은 따로 본업이 있을 텐데요, 이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본업에 예전보다 소홀해질 수 있다는 거죠.
제 경우 처음에는 자전거 배달하고 와서도 제 본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더군요. 배달하고 오면 몸은 당연히 녹초가 된 상태죠. 그 상태에서 조금 더 정신력을 발휘해서 본업에 집중해야 되는데, 자꾸만 나가서 배달 한 건을 더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당연히 본업에 집중을 못하게 되더라고요.
마치면서…
오늘은 5년 동안 했던 자전거 배달 알바를 최근에 중단한 이유 5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제 경우 현재 30일 정도 쉬고 있는 중인데요, 조금 더 쉬고 몸과 마음이 회복하면 다시 이 일을 부업으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전기 자전거 대신에 일반 자전거로 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배달 단가가 너무 낮아졌기 때문에 그냥 운동이나 하면서 용돈이나 조금 벌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이 자전거 배달 알바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